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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0 손하은 종교 생활에서의 자아 연출 : 청년 기독교인의 단기선교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지도교수: 서보경


본 논문은 한국의 교회에서 조직되는 단기선교를 의례의 관점으로 파악하여, 단기선교 의례의 과정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 의례에 참여한 청년 기독교인들의 경험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의례에의 참여가 그들의 생활세계에서 갖는 의미를 탐구한다. 한국 교회에서 단기선교 의례가 체제화되고, 평신도 청년들 사이에서 이 의례가 대중화된 것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과 관련되어 논의되어온 개신교의 성장과 부침 속에서 파악될 수 있다. 청년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의례에 입문하는지, 의례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그러한 경험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종교 조직(한국 교회)에서 단기선교가 조직화되는 방식과 여기에 참여하는 이들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구자는 서울 소재의 대형교회 A에서 진행되는 단기선교와 일상적인 교회 생활에 참여관찰하고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며 인류학적 현장연구를 수행하였다. 분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회가 기획하는 단기선교 의례의 과정은 의례로의 진입, 의례의 수행, 그리고 의례 이후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의례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교회는 선교에 참여해야 하는 큰 이데올로기로서 “빚진 자”의 비유를 제시한다. 또 선교지를 재현할 때 순수함과 오염의 구도 안에서 ‘정화 작업’의 비유를 통해 선교지로의 이동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진입 단계에서 청년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제시하는 이데올로기와 직접적으로 연동되기보다, 그들의 일상의 리듬으로부터 분리를 경험한다. 이는 교회 조직이 의례를 통해 추구하는 기획과 청년 개신교인들의 경험이 따로 또 같이 진행되는 궤적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의례를 수행하는 단계에서 연구자는 의례의 수행적 차원에 집중하여, 참가자들이 포교라는 극을 집단적으로 연출하는 상황을 분석한다. 선교지는 계속해서 바뀌지만 고정된 극의 레퍼토리를 반복하여 수행하는 단기선교는 포교의 과정에 즉흥극의 성격을 부여한다. 교회는 의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증인”과 “연기자”라는 대조적인 두 인간형으로 나누어 이해하며, 각 인간형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시한다. A교회 사람들에게 ‘증인’은 단기선교에서나 일상에서나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긍정적인 인간형이며, ‘연기자'는 선교의 과정에서 기피해야 할 부정적인 인간형이다. 하지만 선교 의례가 흥미로운 것은 내면의 자기확신 혹은 진정성이 부재한 ‘연기자’가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증인’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청년 기독교인들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극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증인’이라는 역할을 연행하며, 이 배역에 부합하기 위해 인상을 관리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성공적인 극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극은 종종 실패하기도 한다. 극의 성공과 실패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은 두 대조적인 인간형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다. 이 의례의 핵심은 ‘연기자’가 ‘증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이 극에 반복하여 참여해 ‘증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극에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은 극의 성공과 실패를 오가면서 ‘진짜 기독교인’인 ‘증인’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된다. 이는 포교의 경험이 몸에 쌓여가면서 외면적 수행과 내면적 진정성 혹은 자기 확신을 일치시켜가는 과정에서 가능해진다. 전도에 대한 의지라는 진정성은 이러한 반복을 통해서 길러진다.

의례는 선교지에서 끝이 나고, 교회가 동원해낸 극은 한 차례 막을 내린다. 선교 일정이 끝나면 청년 기독교인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의례 이후를 살아간다. 일상에서 극은 여전히 진행되지만 생활세계에서의 극은 교회 조직이 유무형의 자원을 동원하여 집단적으로 기획해낸 극이 아니다. 따라서 이는 정해진 레퍼토리도, 배정된 관객도 없이 자기자신만이 관객으로 존재하는 내면극의 형태를 띤다. 내면극을 진행하는 과정은 개인이 일상 속에서 참된 기독교인됨을 추구하는 노력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노동공간에서 자아를 관리하고 규율하는 형태로 발현된다. 청년 기독교인들은 스스로가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고 애쓴다. 이들은 또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관리하고 주어진 일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품행을 관리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감정의 관리와 노동윤리의 강화로 드러난다.

한편 일상이라는 공간은 청년 기독교인이 ‘증인’으로서의 극의 수행이라는 방향과 가치판단을 제시하는 조직의 기획에 의구심을 품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기독교인의 상이라고 여겨왔던 ‘증인’의 모습을 위반하는 일탈적 기독교인 혹은 ‘악한 기독교인’을 마주하게 되는 청년들은 그들 스스로의 위치와 그들이 몸담아온 A교회에서의 극을 지속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진짜 기독교인’이 되어가기를 추구하고, 이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방편으로 극을 지속하기로 결정하고 A교회의 소속을 유지한다. 그러나 소수의 청년들은 ‘진짜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A교회에서의 소속을 이탈한다. 이는 기존에 가졌던 기독교인의 상을 위반하는 일탈적 기독교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더 큰 기독교인됨, 즉 사회적인 맥락에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해 감지하고 사회적 맥락과 개인의 기독교인됨을 일치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선택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극을 멈추는 것이라기보다, 다른 극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본 연구는 단기선교가 구체적인 생활세계에서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신성을 추구하는 실천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청년 기독교인들은 신성을 추구하고자 애를 쓰지만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이 하락한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광신도’로 재현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함께 복잡한 자아연출을 수행하게 된다. ‘진짜 기독교인’이 되기 위한 여정 중에 단기선교 의례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교회 조직이 조직하는 활동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비합리적인 이들 혹은 신자유주의적 에토스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자기계발하는 주체로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이들이라기보다 일상적인 차원에서 미시적인 행위를 통해 “진짜 신자”가 되기 위한 경건함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는 기존에 단기선교에 참여하는 청년 기독교인들을 비합리적인 이들로 재현해온 것과는 다른 새로운 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주요어: 종교 조직, 단기선교, 의례, 한국 기독교(개신교), 청년 기독교인, 대형교회, 자아, 연행, 극,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