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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2 한준희 성산업의 연장으로서의 리얼돌 산업과 남성 동성사회의 쾌락 경제
작성일
2022.11.18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연구자는 인형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이지만 통제가능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욕망과 온라인 사용자 커뮤니티의 ‘후기’와 ‘이미지’를 통한 남성 유대에 주목하였고, 이러한 점이 ‘오피스텔 성매매’, ‘성매매 후기 사이트’ 등으로 다변화된 국내 성산업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인형 제작자, 인형체험방 운영자, 사용자 커뮤니티로 이루어진 리얼돌 산업을 기존 성산업의 연장선상에 위치시키고, 여기에서 교환되는 ‘여성’의 형상과 이를 향유하는 남성 간의 동성사회를 분석한다.

리얼돌 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긴밀히 연결된 남성 경제의 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 ‘후기’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는 사용자의 ‘수요’를 인형의 제작자와 체험방 운영자에게 전달하여 그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한편으로 사용자가 인형을 매개로 촬영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다른 사용자와의 남성 동성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리얼돌의 표정, 의상, 배경 등의 연출을 통해 이미지를 생산하는 도구가 되며 사용자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생산하고 교환하면서 ‘통제가능’한 ‘여성’의 형상과 동성사회적인 남성 유대를 재생산한다.

연구자는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의 리얼돌 제작자, 인형체험방 운영자, 사용자를 인터뷰하였고 두 가지의 사용자 커뮤니티를 조사하였다. 인터뷰와 현장 참여를 통해 산업의 참여자들이 가진 수사적 전략과 인형 제작 공장, 인형체험방 등의 현장을 살필 수 있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참여관찰을 통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공유도히는 리얼돌의 ‘후기’와 ‘이미지’를 살피고 이들이 향유하는 집단적인 쾌락과 선물경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언론자료, 입법안, 법원 판례, 선행연구를 확인하여 연구 자료 해석에 사용하였다.

본 논문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리얼돌 산업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비판에 대해 ‘성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사회’와 ‘억압받는 남성의 섹슈얼리티’ 그리고 ‘성산업의 필요성’ 등 기존 성산업의 담론을 그대로 차용하여 산업에 대한 윤리적 정당화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남성의 욕망을 자연화하고, 성산업과 성구매를 정당화하며, 이에 대한 비판을 ‘상처’, ‘피해’, ‘보수성’ 등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들의 수사에는 어째서 대다수의 사용자가 남성이며, 대다수의 인형이 유약하고 통제 가능한, 젊은 ‘여성’이라는 형상을 가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며, 이러한 적극적 무지는 리얼돌 산업과 성산업 사이의 연결고리를 은폐한다.

둘째, 리얼돌 제작 공정과 인형체험방의 운영은 기존의 성산업 속 ‘일상적’이고 ‘친밀한’ 여성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유약하고 통제가능한 여성’의 이미지를 TPE, 실리콘 혹은 공간을 통해 물질화한다. 이 배경에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을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자 하는 남성들의 욕망이 전제되어있으며, 제작자가 만드는 리얼돌과 인형체험방 운영자가 구성하는 체험방의 공간과 홍보 방식은 이러한 ‘일상성’과 ‘친밀성’을 사용자들에게 판매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리얼돌이 가진 현실성과 비현실성의 경계, 성매매와 성매매 아닌 것의 경계, 불법과 합법의 경계는 흐려진다.

셋째, 온라인 커뮤니티는 리얼돌 산업 안에서 참여자들을 모으는 구심점의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사용자들 사이의 ‘쾌락’, ‘놀이’와 같은 남성의 선물경제를 통해 재생산된다. 운영자의 이윤추구 과정에 결합하고, 제작과 체험방의 운영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채널로 기능한다. 또한 사용자들 사이에서 10대에서 20대 사이의 ‘유약하고 통제가능한 여성’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결국 인형을 매개로 한 산업의 참여자들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고, 사용자들은 연출된 이미지를 통해 집단적 쾌락을 향유하며 그들의 남성적 자아를 재확인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리얼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해왔다. 연구자는 리얼돌을 둘러싸고 만들어지는 관계들을 관찰하였고, 한국이라는 특정한 맥락 안에서 이 산업이 대중화되는 하나의 특정한 양상을 관찰하였다. 성산업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매개로 집단적인 쾌락을 향유해왔고, 현재는 이러한 남성 경제가 온라인 매개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집단적 향유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본 연구는 리얼돌 산업을 새로운 기술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문제나 새로운 사회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 국내 성산업의 문제로 위치시킴으로써 남성 경제와 리얼돌에 대한 논의 확장에 기여하고자 한다.


핵심이 되는 말: 리얼돌, 섹스돌, 성산업, 남성 경제, 인형 제작, 인형체험방, 온라인, 온라인 커뮤니티, 동성사회, 호모소셜


지도교수: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