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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2 박현진 국내 난민의 난민인정절차 경험과 지속되는 삶
작성일
2022.11.18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본 논문은 높은 난민불인정과 소수의 난민인정을 낳는 한국 난민인정절차의 획일적 판단 과정과, 그 결과 난민이 경험하는 제한적 권리들과 불안정한 삶의 모습, 그럼에도 삶을 지속하기 위해 비어있는 권리의 틈을 메우려는 난민의 전략을 분석한 논문이다. 연구자는 한국 사회에서 난민을 ‘진짜/가짜’ 이분법으로 나누고,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며 난민을 ‘반대’하고 혐오하는 담론에 개입하고자 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는 이 논문을 통해 난민에게 붙는 이분법적 수사가 난민 개개인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난민인정절차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난민인정절차의 획일적인 기준과 심사 방식은 난민의 고유하고 복합적인 삶의 이야기를 ‘가짜’, 혹은 ‘거짓말’인 것으로 만들며 압도적인 확률의 난민불인정 결정을 낳는다. 높은 난민불인정 비율과 체류자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여되는 사회적 권리는, 많은 난민신청자를 결과적으로 ‘불법’과 같은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르게 한다. 난민이 ‘가짜’이고 ‘불법’인 것이 아니라, 한국의 난민인정절차가 난민의 고유한 이야기를 ‘가짜’로 판단하고, 그들에게 보장되지 않는 사회적 권리가 이들을 ‘불법’의 상태에 내모는 것이다. 본 연구는 지워지는 난민의 고유한 이야기와 사회적 권리를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일상성을 회복하고 삶을 지속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세우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난민의 행위자성 역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이를 위해 연구자가 경기 북부에 있는 A 이주민센터에서 2019년 9월부터 활동가로 일하며 참여관찰한 내용과 난민 5명의 삶의 이야기를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참여관찰을 통해서는, 난민이 노동/의료/교육 현장과 일상의 자리에서 경험하는 배제와 사회적 권리의 유무를 가까이서 파악할 수 있었다. 심층인터뷰는 연구참여자의 체류자격을 난민인정자, 난민신청자, 출국기한유예, 난민불인정자로 다르게 설정하여 진행되었는데, 난민 체류자격 각각의 특징과 교차하는 현실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이다.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장은 난민의 고유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특정한 난민 라벨을 붙여 판단하는 과정(Labelling)으로서의 난민인정절차를 살펴본다. 먼저, 한국의 난민 정책과 난민 체류자격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한국에서 난민은 국가의 필요와 법제도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해왔으며, 출입국정책 안에서 특정한 체류자격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어서 연구참여자의 고유한 삶의 이야기가 난민인정절차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판단되는 경험을 연결하여 서술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마치 ‘심문을 받는 것 같은’ 증거우선주의, 본인의 이야기에서 소외되는 경험, 특정한 이미지로 자신을 드러내야하는 전형화, 지속되는 삶의 유예를 경험한다.

3장은 난민이 난민인정절차 이후 세분된 체류자격 중 하나를 부여받았을 때 경험하는 차등적 권리의 세부적인 내용과 권리의 부재로 난민이 경험하는 ‘불법’적인 상황, 그리고 난민의 ‘안보화’에 대해 살펴본다. 난민은 부여받은 체류자격에 따라 차등적인 권리를 가진다. 외국인등록증 유무, 취업가능 여부, 건강보험 유무 세 가지 면에서 모든 권리를 부여받는 체류자격은 1%의 난민인정자뿐이다. 나머지 99%의 난민은 기본적인 권리에서 배제되어 난민과 ‘불법’체류 이주민 사이의 경계 상태를 경험한다. 연구자는 이 장에서 난민인정절차가 필연적으로 난민의 ‘불법화’를 생산해내며, 이는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담론 및 인종차별과 결합하여 난민의 ‘안보화’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4장에서는 난민을 한국의 난민인정절차 안에서 판단의 객체가 되는 경험, 권리의 부재를 경험하지만, 동시에 삶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체성을 발휘하는 존재로 해석하고자 한다. 난민들은 한국 사회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권리를 찾기 위한 여러 전략을 수행하고, 초국적 정치 운동을 조직하기도 한다. 자리를 차지하고, 장소를 만들어나가는 적극적 행위자로 해석함으로써, 난민은 한국이라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논문은 연구자가 한국 사회의 난민에 대한 부정적 담론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난민의 단일화된 이미지를 해체하고자 한 결과이다. 실제 난민의 삶과 괴리된 이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난민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연구자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실제 난민의 삶의 경험을 통해 한국의 난민 인정 체계의 구성방식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짜’ 난민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난민인정절차의 변화 과정과 진행 과정을 난민의 실제적 경험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왜 난민의 사유가 결국 ‘가짜’가 되는지 해답을 찾고자 했다. ‘불법’ 난민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난민에게 부여되는 체류자격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면서 난민은 왜 결국 ‘불법’ 체류 이주민과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지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법과 제도, 정책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을 심층인터뷰와 참여관찰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자는 이 논문이 난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난민인정절차로의 변화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읽히기를 희망한다.


핵심되는 말: 난민, 난민인정절차, 체류자격, 라벨링, 불법화, 안보화, 출입국정책, 비아프라, 이집트


지도교수: 이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