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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벨상 받은 우주가속팽창 연구,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2020-01-07)
작성일
2022.09.19
작성자
천문대
게시글 내용

우주가 점점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유명한 천체물리학 이론인 우주가속팽창이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속팽창을 확인한 중요한 관측의 기본 가정이 틀렸다는 새 증거가 공식적으로 학계에 제기됐다.  아직은 소수의견이지만 기존의 여러 연구로 축적된 암흑에너지 이론을 보완할지, 일부 가속팽창 연구나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부정할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가 주도한 연구진은 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235회 미국천문학회 총회에서 가속팽창을 입증하고 암흑에너지 존재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1a형 초신성의 절대 밝기(광도)가 기존에 알진 것과는 다르게 우주 모든 곳에서 같지 않고 은하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이 교수 외에도 강이정 칠레 제미니 관측소 연구원, 김영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정철 연세대 연구교수, 이창희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여했다. 논문은 물리학 분야 논문 선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사전 공개됐으며, 학술지 미국천체물리학저널 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68%를 구성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미는 힘’을 제공해 우주를 팽창시키는 원천으로 여겨진다. 여러 연구와 간접 관측을 통해 존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직 직접 관측을 통해서는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이론상의 개념이다. 암흑에너지는 누르는 힘이 아닌 잡아당기는 힘인 ‘음(-)압’을 일으킨다. 콜라 병을 따면 콜라병 내부의 압력이 음(-)이 되며 콜라가 팽창하는 것과 비슷하다.

 

암흑에너지는 1990년대까지 가설 상의 개념이었다. 1990년대 말 과학자들은 먼 우주의 초신성을 관측한 연구를 통해 우주가 약 40억 년 전부터 점점 더 빨리 팽창(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실을 알아냈다. 이 현상을 일으킬 유력한 원인으로 암흑에너지가 꼽히면서 존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주 가속팽창 연구를 주도한 세 명의 과학자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우주 관측 위성 코비(COBE),  우주배경복사탐사위성(WMAP), 플랑크 우주망원경을 통해 포착한 우주 탄생 직후 38만 년 뒤 우주에 퍼진 원시 빛(우주배경복사)의 분포와 우주의 평탄성(우주가 모든 곳에서 기하학적으로 균일한 성질)을 연구한 결과도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 교수팀의 연구는 이 가운데 초기 연구 결과인 초신성 연구를 통한 가속팽창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연구는 초신성의 유형 중 하나인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우주 모든 곳에서 같다는 기본 가정을 따른다. 1a형 초신성은 일부 별이 빛을 내며 타다 작고 어둡게 남는 마지막 단계인 백색왜성이 '짝'인 동반성의 물질을 흡수하다 한계 질량에 이르러 폭발하며 밝게 빛나는 현상이다. 

 

느리게 자전하는 백색왜성이 물질을 흡수해 최대로 커질 수 있는 질량 한계(태양의 1.44배)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별의 폭발에 따른 밝기는 일종의 보정 과정인 표준화 과정을 거치면 우주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것이 그 동안의 정설이었다. 때문에 1a형 초신성은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곳곳에 세워둔 일종의 동일한 표지판처럼 연구에 활용돼 왔다. 1990년대에 가속팽창을 발견한 연구팀은 이 초신성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과정에서 우주 팽창에 따른 공간 팽창으로 발생하는 빛 파장의 변화(적색편이)를 관찰해 과거를 재구성한 결과 우주가 가속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교수팀은 칠레 라 캄파냐의 2.5m 구경 망원경과 미국 애리조나의 6.5m 구경의 MMT 망원경을 이용해 59개의 가까운 은하를 관측한 결과,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모두 동일하지 않고, 초신성이 포함된 은하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현상을 '광도진화'라고 부르는데, 초기 은하 속 초신성이 더 밝고, 이후 어두워지는 현상이다. 2016년에 1차로 27개의 은하를 관측해 같은 현상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번에 32개의 은하를 추가로 연구해 다시 확인했다.


이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적색편이가 큰 우주를 관측한다는 것은 우주가 젊었을 때를 보는 것”이라며 “따라서 그 안에 있는 초신성도 나이가 젊은 별에서 발현한 것이다. 젊은 별은 질량이 더 크기 때문에 Ia 형 초신성을 이루는 쌍성계의 백색왜성과 동반성의 질량도 더 크고, 표준화 하기 전의 고유 밝기는 더 밝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a 형 초신성을 '표준 촛불'로 삼는 연구에서 초신성의 밝기를 표준화하기 위한 일종의 보정 과정을 거치는데, 적색편이가 큰 먼우주에서 관측되는 초신성에서 이 과정이 과도하게 이뤄져 표준화 뒤 오히려 0.25등급 정도 어두워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똑같은 밝기를 가진 등불이 더 어둡게 보이려면 더 멀리 존재해야 한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렇게 표준화 과정에서 어두워진 초신성이 더 멀리 있다고 판단했고, 우주가 더 빠르게 밀려나고 있는 근거로 사용됐다. 암흑에너지가 존재해야 설명이 되기에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지지하는 간접 증거가 됐던 것이다.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역시 간접적으로 지지해 온 근거 중에는 우주배경복사 관련 연구가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기 기하학적으로 평탄하다는 증거를 제기할 뿐 암흑에너지에 대한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주의 물질 밀도를 제공하는 '바리온음향진동(BAO)' 현상과 우주거대구조 관측 결과와 함께 해석했을 때 암흑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정황증거를 제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우주배경복사가 더이상 기존의 표준 우주모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오고, 암흑에너지를 개입시키지 않고도 설명 가능한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앞으로 5~10년은 추가 관측을 해야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우주모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서서히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아직은 소수파의 주장이지만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송용선 천문연 이론천문센터장은 “이번 연구에서 문제를 제기한 주제인 우주가속팽창 자체는 다른 여러 방법으로도 증명이 돼 있다”며 “이번 연구는 초신성을 이용한 가속팽창 발견 연구 방법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결정적인 문제일 경우 가속팽창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이 곧바로 반박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릴 것이므로 학자들의 향후 논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우주론 분야에서 가속팽창 연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는 기존에도 존재했다"며 "이런 연구가 나오는 게 학문의 건강성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노벨상 받은 우주가속팽창 연구,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동아사이언스, 2020.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