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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벨상 받은 우주가속팽창이론 '틀렸다'vs'맞다' … 모처럼 건전한 학술 논쟁 (2020-03-03)
작성일
2022.09.19
작성자
천문대
게시글 내용

2011년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한 천체물리학 이론인 우주가속팽창이론에 의문을 제기한 한국 과학자의 연구에 대해 해당 이론을 처음 주장했던 노벨상 수상자가 반박 논문을 냈다. 비판을 제기했던 국내 연구자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논쟁해 왔던 내용”이라며 “우리가 비판하고자 했던 방법론을 다시 사용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부실한 논문"이라며 재반박을 예고했다. 노벨상까지 받은 유명한 물리학 이론에 대해 과학자가 의심을 제기하며 반박한데 이어 당사자인 수상자가 이런 반박을 다시 재반박하면서 모처럼 학계에서 건전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덤 리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벤저민 로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팀은 초신성의 밝기를 이용해 자신이 처음 입증한 우주가속팽창이론의 기본 토대가 된 중요한 관측 결과를 비판한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재검토한 뒤 이를 반박하는 논문을 ‘미국천체물리학회지 레터스’에 제출하고 논문 초록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2일 공개했다. 


우주가속팽창이론은 우주가 약 40억 년 전부터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대폭발(빅뱅)로 탄생한 뒤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는데, 과연 팽창 속도는 일정했을지, 앞으로도 계속 팽창할지, 팽창한다면 팽창하는 속도는 점점 느려질지 혹은 빨라질지 등에 대해 천문학계는 오랜 논쟁을 이어왔다.


리스 교수와 솔 펄머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브라이언 슈미트 호주국립대 부총장 등은 1998년, 관측을 통해 우주가 약 40억 년 전부터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연구진은 우주에서 동일한 원리로 같은 빛을 내는 일종의 ‘등대’를 찾은 뒤, 이들의 밝기를 비교해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역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우주에 밀어내는 힘이 존재하며 그 근원이 ‘암흑에너지’라는 미지의 에너지라는 사실을 지지하는 근거로도 인정 받았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리스 교수팀이 이 연구에 사용한 기준점 등대는 1a형 초신성이라고 불리는 밝은 천체였다. ‘백색왜성’이라는 작고 어두운 노년기 별이 짝인 동반성의 물질을 흡수하다 일정 질량에 이르면 폭발하면 1a형 초신성이 된다. 느리게 자전하는 백색왜성이 물질을 흡수해 최대로 커질 수 있는 질량 한계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폭발에 따른 초신성의 밝기는 일종의 보정 과정인 표준화만 거치면 우주 어디에서나 일정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리스 교수팀은 이런 가정 하에 우주 곳곳의 1a형 초신성을 관측해, 우주의 공간 팽창에 의해 발생하는 빛 파장 변화(적색편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멀리 있는 1a형 초신성일수록 적색편이가 크게 관찰됐고, 연구팀은 이것이 이들 초신성이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측 결과는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이 교수와 강이정 칠레 제미니관측소 연구원팀은 1월 초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제235회 미국천문학회 총회에서 이 이론의 기초인 초신성 관측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은하 관측 전문가인 이 교수팀은 미국과 칠레의 망원경을 이용해 가까운 은하 59개를 분광학적 방법을 이용해 관측해, 1a형 초신성의 밝기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초기 은하 속 초신성은 더 크고 밝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먼 곳에 존재하는 젊은 은하의 젊은 초신성은 원래 더 밝은데,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오히려 더 어둡게 표준화됐고, 이 때문에 이들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 결과가 왜곡됐다고 이 교수팀은 주장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우주가속팽창 중에서도 초신성 관측을 통한 관측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로, 이 교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아가 가속팽창의 사실 여부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기하는 연구"라고 주장했다. 당시 국내 다른 연구자들은 "우주가속팽창 자체는 다른 관측으로도 입증이 돼 있는 만큼 향후 논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많았다.


리스 교수는 이번 반박 논문에서 이 교수팀이 발견한 밝기 변화 경향을 두 가지 방법으로 재검증한 결과를 제시했다. 먼저 각종 데이터 오류를 제시하며 통계적 신뢰성이 2시그마(약 95.45%의 정확도) 미만으로 비교적 낮고, 더 많은 수의 관측 데이터에서도 경향은 관측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가 분석한 데이터의 12%는 질이 낮아 분석에 적합하지 않으며, 이를 제외할 경우 통계적 신뢰도는 더 낮아진다고 비판했다. 방법론의 특성상 가까운 은하를 중심으로 관측 데이터를 얻고 이를 먼 은하에 확장(외삽)해 적용했다고도 비판했다.

 

리스 교수는 논문 말미에 “재검정 결과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하지만 1a형 초신성 적색편이에 의존하는 방식은 미래에 암흑에너지를 정교하게 측정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한다는 이 교수팀 논문의 결론에는 동의한다”고 맺었다.


이 교수와 리스 교수는 이 문제를 이미 지난해 12월 논문 초록 공개 이후부터 논쟁해 오고 있다. 이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그들이 사용한 초신성 데이터의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훨씬 정확한 다른 방법론으로 관측해 의문을 제기했는데,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과거의 방법론을 그대로 사용한 채 데이터 양만 늘려 반박했다”며 “핵심 주장을 제대로 반박했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사용한 분광학 관측법은 데이터의 해상도를 좌우하는 신호 대 잡음비가 175 정도로 높지만, 리스 교수의 반박논문이 사용한 방법론은 10~20 수준으로 낮아 동일한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폴더폰 영상으로 반박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은하의 나이를 구하기 위해 데이터를 많이 사용했다고 반박한 부분도 젊은 별의 탄생이 활발해 나이가 실제보다 젊게 측정되는 나선은하를 다수 포함시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은하 데이터를 먼 은하에까지 확장해 적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미 수십억 광년 거리의 은하를 포괄하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반박 논문이 나오기 전 2월 말에 이미 논문 제1저자에게 논문의 한계 5가지를 반박하는 메일을 보냈으나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1~2달 내에 논문으로 재반박하겠다”고 말했다.


윤신형 기자 ashilla@donga.com, 노벨상 받은 우주가속팽창이론 '틀렸다'vs'맞다' ... 모처럼 건전한 학술 논쟁, 동아사이언스,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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