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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0 : 조은비 : 서울 문래동 창작촌의 문화정치학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이 논문은 문래동 철재단지에 형성된 예술인 창작촌의 의미 변화 과정에 관한 문화기술지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강화는 한국사회를 극심한 양극화와 신 빈곤층의 확산, 비정규직 문제, 불완전 고용 등을 야기했다. 각종 사회적 안전망이 대폭 축소되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전통적인 공업단지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장기간 임대가 되지 않아 비어있던 공간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급격한 도시문화의 변화 속에서 ‘도심 공동화’를 겪고 있던 철재단지가 예술가들의 불안정한 경제 조건과 맞물려 집단적인 ‘창작촌’을 이루게 된 것이다. 문래동 철재단지를 둘러싼 개입 주체에 따라서 공간의 의미 역시 다변화 되고 있다. 개별적으로 흩어져있던 예술가들의 ‘존재감’은 2007년부터 시작된 예술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은 활동들이 생겨나고, 영등포구청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일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문래동 철재단지는 창작을 위한 중요한 소재이자 되었다. 문래동 철재단지가 이들의 활동 소재가 되면서 정부 기금지원 사업이 생겨나고, 문래동 예술가들의 공식적인 모임인 ‘문래예술공단’의 발족은 문래동을 ‘예술인 창작촌’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획득하게 만들었다. 특히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오늘날, ‘서울’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하려는 도시정부의 홍보 전략에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문래동은 매우 적합한 토양을 제공해주었다. 때마침 추진된 서울시 ‘컬처노믹스’ 정책과 맞물려 도시재생을 목표로 ‘창작촌’을 지원하는 기능의 ‘문래예술공장’이 개관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의 통과로 인해 철재단지 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확실시 되면서 문래동 창작촌은 서로 다른 주체들에 의해 매우 복합적인 의미투쟁의 장(field)이 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창작촌을 둘러싸고 재개발과 거주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들을 직업군으로서 ‘예술가’들의 문제가 아닌 직업군으로서 ‘예술가’들의 문제가 아닌 도시빈민이나 청년 실업 등의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문제로 봐야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 역시 초기 창작촌의 의미를 만들기 위한 국가단위사업에 의존하는 형식에서 비물질적인 소통 구조를 통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 예술의 비물질적인 성격은 창조성이나 예술개념을 특정한 형식으로 특권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재단지에 뿌리내린 역사와 상생하면서 독특한 도시미학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자치적이고 자율적인 활동들은 도시공간에서 창조적인 주체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문래동 창작촌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는 직업군으로서 ‘예술가’들이 한 공간에 밀집해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문래동 창작촌의 문화적인 가치는 이윤과 자본축적을 위한 ‘문화명소’로서가 아닌 그 속에 생성 중인 자생적인 에너지와 새로운 시도들에 있다. ‘낮과 밤’으로 나뉘는 철재단지의 공생은 그 자체로 새로운 공간 구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시재생’인 것이다. 재개발이 언제 현실화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동안 비가시화 된 도시공간의 역동을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구체적인 삶의 조건을 모색해가는 문래동 철재단지의 역동은 도시가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의 견지에서 능동적으로 전유되어야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