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연구자는 A 마이크로크레딧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을 기반으로 참여관찰과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총 9명의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창업을 지속하고 있는 여성들로, 창업 전 가부장적인 결혼제도 안에서 구속과 억압을 경험하였지만 오히려 이혼 또는 별거를 통해 한부모가 됨으로써 새로운 가족실천을 하게 된 여성들이다.

연구자는 먼저 한부모 여성들이 창업 전 겪었던 다층적인 어려움을 ‘사회적 배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여성들의 빈곤과 젠더억압이 교차되어 재생산되는 사회적 맥락과 그 조건들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실천하고 있는 ‘창업가 되기’의 시도들은 이 사회적 배제의 누적과정을 경험하는 가운데 가족의 생계부양과 생활안정을 위한 새로운 ‘가족실천’으로서 열망되고 시도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본 논문은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한 한부모 여성들의 ‘창업가 되기’ 경험을 ‘창업’과 ‘양육’, 그리고 ‘자아’라는 세 가지 요소들을 협상하고 조율하면서 삶을 전환해 가는 에이전시의 발휘 과정으로 보았으며, 여성들의 대응양상에 따라 그 경험은 ‘기업가적 행위의 발휘’, ‘자율성 확보와 새로운 모성실천’, ‘사회적 연결성 추구와 가치체계의 변화’의 경험으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또한 본 논문은 마이크로크레딧이라는 기획이 여성들에게 어떤 기회구조와 포섭의 가능성을 열었는지 질문하고 이에 답하고자 하였는데, 연구 결과 여성들은 비단 ‘돈’이라는 경제적 지표에 국한되지 않는 여러 비경제적 효과와 가치체계의 변화를 경험하였으며 연구자는 이를 여성주의 관점의 임파워먼트로서 재해석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먼저 연구 참여자들은 창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적 행위의 실천’을 통해 자신만의 영업 전략이나 경영철학을 발휘하였으며, 이는 한 사업체의 대표로서 자부심과 독립감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창업 경험은 과거와는 다른 조건에서 ‘모성 실천’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여성들은 창업의 시/공간적 자율성을 확보하여 ‘일’과 ‘양육’의 중재와 협상이 가능해졌다고 답했는데 특히 이전의 불안정한 임금노동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과 양육이 동시적으로 병행 가능해진 것은 한부모 여성들의 젠더억압적인 조건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임파워먼트로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여성들은 창업 이후 자조모임이나 다양해진 사회적 관계를 통해 상호지지체계를 경험하고, 나아가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의 자원을 나누거나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여성주의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기도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이러한 윤리적 행위는 단순히 자기 충족적인 의미가 아니라, 과거 자신의 고통을 통해 타자를 인식하고 자아를 확장하는 ‘가치체계의 변화’ 과정이자 사회적 연결성을 추구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한부모 여성들이 경험한 독립감, 자부심, 자율성, 새로운 가치체계 등의 비경제적 효과는 ‘창업가 되기’의 경험이 단순히 ‘경제적 성공’을 넘어서는 의미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에게 ‘창업가 되기’의 경험은 궁극적으로 한부모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배제와 젠더억압을 넘어서고자 하는 지속적인 과정이자 여러 삶의 속박과 한계 안에서 개인의 힘 기르기의 과정(empowerment)이라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논문은 한부모 여성의 ‘창업가 되기’ 경험은 개별 행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한계와 모순을 내포한 과정이라는 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한부모 여성들의 새로운 ‘가족실천’의 시도가 더욱 풍성하게 발현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크레딧 기획 안에 새로운 관점과 대안적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