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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10/13 [한국일보] 덴마크가 카타르월드컵에 '블랙' 유니폼을 준비한 까닭은
작성일
2022.10.13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25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덴마크와 프랑스 경기에서 덴마크의 카스퍼 돌베리(왼쪽 두 번째)가 골을 넣고 크리스티 에릭센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가 11월 개최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검은색 유니폼을 준비해 주목받고 있다.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덴마크는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평소에 입는 붉은색(홈)과 흰색(원정) 유니폼 이외에 세 번째로 애도의 의미가 담긴 검은색 유니폼을 마련했다. 유니폼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톤 다운' 됐다. 유니폼에 그려진 덴마크축구협회 로고와 이번 유니폼을 제작한 덴마크 스포츠웨어 업체 험멜의 로고 색상도 거의 지웠다. 마치 로고 위에 유니폼 색을 염색한 것처럼 화려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제작됐다.


특히 덴마크 유니폼에 삽입되는 스폰서 로고도 모두 빼기로 했다. 덴마크와 뜻을 같이 하기로 해서다. 험멜 측은 "덴마크 대표팀의 새 유니폼에 이중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며 "덴마크 축구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199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영감을 받았고,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대한 항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회에서 눈에 띄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덴마크 국가 대표팀을 끝까지 지원하지만, 개최국 카타르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덴마크 스포츠웨어 업체 험멜이 제작한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팀의 블랙 유니폼. SNS 캡처


그러자 이번 월드컵을 주관하는 2022 카타르 최고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망에 대한 험멜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위원회 측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덴마크축구협회와 강력하고 투명한 대화에 참여했다"며 "우리는 월드컵 경기장과 다른 대회 관련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한 3만 명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진정한 약속을 사소하게 만드는 것을 진심으로 거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동에서 처음 개최되는 카타르월드컵은 대회 준비 과정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7개의 새로운 월드컵 경기장과 공항, 도로를 비롯해 100여 개의 호텔들이 이들에 의해 건설됐다. 카타르 정부는 경기장 건설에만 3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되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해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건너왔던 6,5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는 카타르 주재 각국 대사관에서 제공한 수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보도된 모든 사망자가 월드컵 관련 프로젝트에 종사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총사망자 수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정부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3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이 중 3명만이 '업무 관련'이었다"고 해명했다.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도 인권 문제 항의 밴드 착용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해리 케인(왼쪽)이 26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리그A C조 최종 6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29·토트넘 홋스퍼)은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를 뛰며 '원 러브(One Love)' 밴드를 착용할 예정이다. 이 밴드는 네덜란드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고 차별에 맞서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잉글랜드에 지지를 표시한 국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웨일스, 스위스 등이 이 계획에 동참하고 나서면서다. 이들 국가들은 카타르의 엄격한 성소수자 관련 법과 이주 노동자 처우에 대해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월드컵을 위해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부상이나 사망"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