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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03/25 [조선일보] 구속영장 기각률 법원 따라 3배 차이… “이쯤 되면 로또”
작성일
2024.03.26
작성자
공익법률지원센터
게시글 내용

전국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들쭉날쭉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같은 해 법원 간에 기각률이 최대 3배 차이를 보였다. 또 같은 법원에서도 연도별로 최대 10%포인트 격차가 생겼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로 구속영장 기각률 차이가 크다면 ‘판사 잘 만나면 불구속되고 잘못 만나면 구속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구속영장 기각률, 1년 만에 1.5배


구속영장 기각률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체 인원 가운데 영장이 기각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본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을 통해 법원행정처 통계를 확인한 결과, 전국 지방법원의 최근 3년간 영장 기각률 평균은 2021년 17.8%, 2022년 18.6%, 2023년 20.5% 등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격차가 최대 1.9%포인트였다. 앞서 2018~2020년 기간에 기각률이 꾸준히 18%대를 지킨 것에 비해 차이가 커진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률이 연도별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법원들도 있다. 청주지법은 지난 2021년 기각률이 15.1%였는데 2022년에는 22.7%가 돼 거의 1.5배로 뛰었다. 이어 2023년에는 다시 14.7%로 떨어졌다. 해당 기간 청주지법에 접수된 구속영장은 각각 610건, 629건, 638건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는데 기각률만 급등락한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다른 법원에서도 나타났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021년 30%였던 기각률이 2022년 19.8%로 낮아졌다가 2023년 다시 22.5%로 높아졌다. 서울남부지법에서는 2021년 17.5%였던 기각률이 2022년 23.9%로, 2023년 27.8%로 높아졌다. 서울동부지법의 기각률도 같은 기간에 23.4%, 25.9%, 28.1%로 해마다 올랐다.


또 법원별로 같은 해 구속영장 기각률에도 큰 격차가 있었다. 지난 2021년 기각률이 가장 높은 법원은 서울중앙지법(30%), 가장 낮은 법원은 전주지법(10.1%)이었다. 거의 3배 격차였다. 또 2022년에는 서울동부지법(25.9%)과 의정부지법(13.9%), 2023년에는 서울동부지법(28.1%)과 제주지법(13.3%)이 각각 2배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판사마다 들쭉날쭉 ‘로또 영장’”


구속영장 기각 또는 발부는 각 법원에서 영장 전담 판사 2~4명이 결정한다. 영장 전담 판사는 1년을 근무하면 다른 보직으로 옮기고 다른 판사가 와서 영장 전담을 맡게 된다.


한 검사는 “매년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의 내용과 경중이 달라 기각률도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부 법원에서는 기각률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형사소송법 등에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영장 전담 판사의 성향에 따라 기각 여부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같은 판사라도 비슷한 사건에 영장 기각 여부가 달라질 때가 있어 ‘로또 영장’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 경우,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모두 추상적 기준이기 때문에 구속 여부 결정에 있어서 판사의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대법원은 ‘인신 구속 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적용하고 있다.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를 판단하기 위한 요소로 각각 4개, 15개를 제시하면서 “각종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는 내용이다.


한 부장검사는 “대법원 예규도 역시 추상적 기준이라 판사마다 영장 기각 또는 발부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수사 기관이 특정 영장 전담 판사를 피해 영장을 청구하려는 이른바 ‘판사 쇼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어떤 판사가 영장을 심사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법원이 영장 심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형사재판 경력이 충분한 법관을 영장 전담 판사에 임명하고 각종 교육도 하고 있다”면서 “영장 기각 또는 발부에 판사의 성향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유종헌 조선일보 기자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4/03/25/EPYCNMY6GNERNALVMLMFI5EIEU/